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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에 입사한 뒤 어느덧 3개월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지금껏 있었던 일들, 새롭게 배웠던 것들과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간단하게 공유하고자 한다.
# 1개월 차
나는 코어뱅킹 개발자로 일반 백엔드 서버 개발과는 살짝 다른, 은행권에서만 존재하는(?) 직군으로 입사를 했다. 코어뱅킹은 기술적인 부분보다 도메인적 지식(은행업무)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해서... "은행권 개발경험 무 + 은행권 개발 툴 사용경험 무"인 나는 처음부터 새롭게 학습해야 할 것들이 수두룩 빽빽했다.
토스뱅크는 신설 은행이라 그런지 (나온 지 3년 채 안 됨) 문서화된 부분이 굉장히 적었다. (특히나 우리 팀은 신설팀이라... 더더욱 그랬다.)
가뜩이나 어려운 은행권 업무를 (구글링해도 안 나오는) 스스로, 문서도 없이, 구두 by 구두로 학습하는 게 굉장히 부담되고 어려웠던 것 같다.
그렇게 첫 한 달은 온보딩 + 메이트(토스의 사수) 곁에 딱 붙어서 업무 다운로드를 하면서..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은행권 개발 툴들을 찍먹 해보면서 정신없이 보냈다.
한 달간은 개발적인 건 거의 못 할 수준의.. 처참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어서 우선 빠르게 업무 도메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결국 거의 존재하지 않던 수준의 업무 정리록을 한 달 동안 내가 손수 만들어서 어느 정도 정리를 마쳤다. 당연히 있어야 할 테이블 명세서 같은 것들도 부재했기에.. 고생을 좀 많이 했지만 그래도 만들어놓으니 나도 자주 참조하고 다른 사람들도 보는 것 같아서 뿌듯하고 그 정리과정에서 실제로 많은 공부가 되었다.
# 2개월 차
이때부터 서서히 메이트 업무를 가져와서 진행했다. 일단 나랑 메이트는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보수 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고, 팀 전체적으로는 이런 레거시 시스템을 새롭게 코틀린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가 맡은 파트도 곧 리뉴얼을 해야 하는데, 내가 도메인 이해도가 낮으므로 유지보수 업무를 먼저 함으로써 도메인에 대한 전산적 구현을 이해하고자 했다.
3개월 동안 크게 2번의 실수를 해서 굉장히 똥줄(?) 탄 적이 있는데 첫 번째가 이때쯤 발생했었다.
대고객 서비스를 수정했다가 특정 고객들에 한해서 에러가 발생해서 계좌개설이 안 되는 이슈였는데.. 뭐 100% 내 실수라기보다는 잠재적인 버그여서 나는 테스트로 잡기 어려운 점이긴 했다. (물론 핑계..일 수도 있다...)
여하튼 배포하고 퇴근하려 했는데 갑자기 오류를 뿜어대서 호다다닥 메이트랑 같이 수정했던 경험이 있다. 이때 처음으로 운영배포 나갈 때 신중해야 함을 몸소 느꼈다.
2개월 후반쯤 다가오는 어느 정도 업무 이해도가 생기고 툴에 대한 사용이 익숙해지면서 점점 여러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초반에는 2주 정도 걸리는 일을 요즘에는 2~3일 만에 처리하니 눈에 띄게 빨라진 게 느껴져서 잘하고 있음을 느꼈다.
유지보수하는 업무를 병행하면서 내가 맡은 파트를 메이트와 함께 새롭게 리뉴얼하는 프로젝트의 기획이 시작되었고, 새로운 추가 프로젝트에도 내가 투입되게 되어서 앞으로는 더욱 바빠질 예정이다.
업무를 하면서는 스프링 부트는 거의 사용을 못 했고 네이티브 SQL 사용을 굉장히 많이 사용해서 SQL 마스터가 되어가는 중이다.
이제 웬만한 경우는 테이블을 보고 원하는 데이터를 뽑을 수 있는 수준이 된 것 같다. (내 직무 특성상 데이터가 중요하다보니.. 어쩔수 없는 것 같다. 보니까 일주일에 검색 쿼리만 1000줄 정도 짰더라)
기존 시스템의 비즈니스 로직이 SQL로 작성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공부하게 된 영역이지만 그래도 버벅거리던 SQL 작성이 능숙해졌으니 나름 성장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맡은 파트를 깔짝 코틀린으로 전환하여 API 하나 뽑아봤는데 레거시 코드만 보다가 다시 코틀린을 맛보니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것 마냥 매우 즐겁게 한 3일 정도 정신없이 개발했던 것 같다. (역시 코틀린은 코드 짜는 맛이 있다니까)
2번째 똥줄은 2개월 차 막바지쯤 발생했는데, 대고객 서비스를 또 잘못 수정해서 (이번엔 내 잘못 100000%ㅠ) 약 2만명 정도의 데이터가 잘못 적재되고 있었다...ㅎㅎ,, 심지어 이건 고객한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이슈.. 여서 그때 점심도 못 먹고 수습하느라 정말 똥줄이 오지게 탔었다.
다행이도 별 탈 없이 잘 수정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진짜 바보같은 실수를 해서 그런건데... 왜 테스트할 땐 안 보이는지 모르겠다 ㅠㅠ
# 3개월 차
이제 어느 정도 DRI를 가지는 파트도 생겨나고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새로운 업무도 계속 진행하다 보니 정말 일이 많이 쌓여있다 항상 ㅋㅋㅋ... 그렇지만 이게 억지로 하기보다는 얼른 빨리 해치워 버리고 싶은 느낌(?)이라 요즘은 일 하는 게 재밌는 것 같다.
아직 3개월이 지나지는 안 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넝 기존 자취방이 나가서 새롭게 자취를 시작하면 운동도 시작하며 나름의 워라밸을 형성해 나가고 싶다.
뭔가 일에 너무 몰입하는게 마냥 좋은 것 같지는 않아서 어느정도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놓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토스의 무시무시(?)한 소문을 3개월 정도 다녀보고 직접 느낀바로 정리를 좀 해보자면,
1. 야근을 많이 하는가?
진짜 100% 팀바팀. 우리 팀은 야근 많이 안 한다. (재택 전환을 많이 한다.) 중요한 건 자유롭게 하면 된다는 점이다. 자신이 할 일이 많으면 늦게까지 하는 거고, 아니면 5시에도 퇴근해도 된다. 출근/퇴근이 리얼 100% 자율이라 일만 잘하면 되는 분위기다.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이게 진짜 가능한가?, 눈치 보며 못 가는 거 아냐?"였는데, 물론 첫 한 달 정도는 나도 눈치를 봤다. 하지만 우리 팀은 누가 언제 가든, 오든 신경 쓰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고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다.
물론 일은 많은 것 같다!!! 가끔 일에 매몰된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게 즐겁다!!
2. 출퇴근 시간이 어떻게 되는가?
이것도 사바사다. 주 3회 이상 재택하시는 분도 계시고, 오후에 출근해서 늦게까지 하시는 분도 계시고, 오전에 나와서 7시에 칼퇴하시는 분 다양하다. 금요일은 early friday와 F5데이라 해서 오전근무만 하고 노는 분위기라, 금요일은 대부분 재택을 해서 주 4.5일 근무하는 느낌이다.
나는 보통 11시쯤 출근하고 별일 없으면 7시쯤 퇴근해서 집에 가서 좀 더 하는 편이다.
3. 재택근무 가능한가?
가능하다. 재택근무 다들 많이 한다. 코어타임이 정해져 있는 팀은 해당 시간만 지키면 된다. 미팅도 구글 맛으로 참여할 수 있고 자유롭다.
4. 신입이 적응하기 빡센편이다. 하드온보딩
50%정도 동의한다. 내가 입사했을 때의 동기들도 다 경력직 이직이고 팀원분들도 경력이직 하신 분들이라.. 토스에 신입이 적다. 그래서 적은 인원에 대한 온보딩 프로세스가 빈약한건 어쩔수 없는 것 같다. 야생이 혼자 던져진 기분을 떨칠 순 없었고 초반에는 이것때문에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었지만, 잘 견뎌내면서 분명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스스로 찾아서 일을 배우고 익히며 수행해야한다. 물론 주변의 최고의 동료들이 엄청 친절하게 잘 도와주신다!!
(나는 개인적으로 팀원들이 나를 엄청 챙겨주고 생각해준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적응하는데 한결 수월했던 것 같다.)